EXHIBITIONS

고아빈 개인전《까치 아미》

이번 전시 《까치 아미》에서 고아빈 작가는 오랜 시간 눈길을 머물러온 ‘까치’라는 존재, 그리고 두 눈썹 사이를 가리키는 순우리말 ‘아미’가 품고 있는 경계와 틈새의 감각을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짜 올립니다.


작품 서사의 중심에 선 까치는, 별다른 예고 없이 일상의 중심부에 불쑥 등장합니다. 흔하디흔한 산책길에서 마주친 까치는,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작가의 시선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평소엔 흑백의 무채색으로만 기억되던 새의 깃털 사이로, 어쩌면 감춰져 있던 총천연색의 푸르름과 높이 날아오르는 생동감이 퍼져 나옵니다. 익숙함에 가려 몰랐던 세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면의 생명력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이롭고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이번 전시를 통해 고아빈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사적인 순간들을 바탕으로 표현한 까치의 형상과, 그 안에 녹아든 경계의 감각을 직접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각자에게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이 되고, 익숙한 일상 속에 숨어 있던 저마다의 '까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고아빈의 작업은 오랫동안 사랑과 욕망, 성스러움과 세속, 전통과 현대처럼 이질적인 성질들이 충돌하는 장면을 밀도 높게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대립항들을 분명히 가르기보다, 하나의 화면과 공간 안에서 교차하고 흩어지며 함께 머무는 상태로 이행하는 최근의 변화를 드러낸다. 전통 채색의 깊이와 정치한 묘사력은 여전히 작업의 기반을 이루지만, 그 위에는 이전과는 다른 너그러움과 개방성이 감지된다. 까치와 달항아리, 물과 빛, 회화와 공예의 교차는 고아빈의 작업이 대치의 구조를 넘어 경계와 균형, 수용과 화합의 감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임나래, 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