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구룡포예술공장] 고강필 개인전 : 사유의 무게

고강필 개인전

《사유의 무게》

2024. 5. 17 (Fri) - 2024. 8. 31 (Sat)


이번 전시의 고강필 작가의 작품은 이전 전시에서 간헐적으로 선보였던 실험적인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간의 본질에 천착하며 인체를 형상화해 온 작업에서 태초 인간의 탄생 시점으로 시선을 옮겼다.

본질의 단초를 찾은 듯 인간의 근원을 좇고 좇아 인간이 시작된 맨 처음 순간을 포착하여 매달아 놓은 듯 하다. 천장에서부터 빨간색 풍선에 물을 담아 빨간색 실로 묶어 매달아 놓았다. 마치 핏방울이 탯줄로부터 이어져 지면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누구의 의도된 계획이 아닌 자연의 섭리로 어느 순간 부여받은 우리 인생의 시작인 핏덩어리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핏덩어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 홀로 때로는 군집을 이루기도 하며 높게 또는 낮게 지면에 맞닿을 높이로 매달려 있다. 다양한 모습으로 무궁무진한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한 듯 하다. 작가의 작품 속 인간 근원의 존재와 같은 각각의 오브제는 특징 없는 본질적 형태로 드러나며 캔버스를 벗어나 다양한 설치로 확장하고 있다. 빨간색 풍선은 풍선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물이라는 생명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매달려 있다. 물을 머금은 풍선은 실제보다 풍만해 보이고 바람이나 다른 외력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풍선이 중심을 잡고 지탱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물의 역할인 반면 무게에서 오는 중량감으로 풍선이 오래 지탱하는데 무리도 줄 수 있다. 물은 에너지인 동시에 감당해야 할 무게이기도 하다. 작가는 외력에 풍선이 얼마나 지탱할 수 있는지 테스트라도 하듯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인간으로 성장하지도 못한 채 생명을 부여 받은 채로 다양한 실험에 동원된풍선은 이내 탱탱하고 풍만한 모습을 잃고 만다. 지금 우리의 모습처럼 말이다. 주어진 삶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꿈꾸지만, 무한 경쟁에 내던져져서 펼치기도 전에 움츠러 들고 쓰러지는 우리들의 모습을 처절히 보여준다. 작가는 지금과 다른 존재를 꿈꿀 수 있는 태초의 근원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할지 모른다. 우리도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다른 존재로의 탄생을 꿈꾸어 보자.


2024. 5.


인천시립미술관팀 학예연구사 임경미